질병을 연구하는 학문, 병리학 이야기

질병이란 인체를 구성하는 조직이나 장기가 형태학적 변화를 일으킨 동적인 상태로 흔히 해당 조직 또는 장기의 기능적 변화가 동반된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각종 구조에 아무런 변화가 없이도 기능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질병이 발생할 수 있어 전자를 기질적 질환, 후자를 기능적 질환이라 부른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변화(기질적 또는 기능적)는 질병이라기보다는 정상 범주 내의 변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질병의 본태를 연구하는 병리학의 학문적 범위는 개개의 질병이 보이는 기본 형태학적 변화나 기능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과 이로 인한 결과(질병)와 진행(질병의 경과)을 연구하고 이에 따른 질병의 소견(증상, 증후, 검사 결과)까지도 분석해야 하는 광범위한 것이어서 병리학은 의학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질병의 소견이란 개개 질병 특유의 증상, 증후 및 검사 결과 등을 모두 포함하는 종합적인 용어로 사용한다. 증상(Symptom)은 통증, 발열, 식욕감퇴, 호흡곤란 등 환자 자신이 느끼고 호소하는 주관적인 것이며, 증후(Sign)는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감지한 간종대, 비정상적인 심박 동음, 경부강직 등 객관적인 것이다. 질병 특유의 검사 결과란 넓은 의미로 방사선학적 검사, 혈액검사, 요검사 또는 조직검사를 시행 시 흔히 관찰되는 전형적인 이상 소견을 뜻한다.

 

기질적 질환

기질적 질환이란 인체를 구성하는 조직 및 장기에 형태학적 변화를 보임을 특징으로 하는 질병으로서 형태학적 변화를 보인 부위를 병소(Lesion)라 한다. 따라서 병소는 육안, 현미경 또는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함으로써 정상부위와 구별할 수 있다. 기질적 질환은 분류상 한 범주 이상에 속할 수도 있고 또 분류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지만 크게 발육이상, 변성 및 염증성 질환, 성장장애로 분류할 수 있다. 그중 첫 번째, 발육이상이란  개체를 형성하는 정충과 난자 각각의 유전인자나 염색체의 결합과정의 이상 또는 자궁 내에서의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비정상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는 태어날 때부터 나타나는 신체적 결함(선천성 이상)에서부터 생활환경의 영향을 받아 늦게 발현되는 유전인자에 의한 당뇨병 같은 생화학적 변화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넓다. 분류상의 잘못으로 많은 발육 이상은 변성, 염증 또는 성장장애로 분류되기도 한다.

변성이란 조직, 장기의 기본단위인 세포가 기능 이상을 일으킨 세포 내의 퇴행성 변화이다. 이것은 외부 인자(물리적, 화학적 또는 미생물학적) 또는 내부 변화(혈류장애, 면연 학적 손상 또는 대사장애)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염증이란 손상된 체내 세포에 대한 신체 반응이다. 염증은 혈관 변화를 일으켜 손상부위에 다량의 혈액을 보내고 이 혈액에서 염증세포가 나와 죽은(괴사) 세포나 외부 인자를 제거하도록 한다. 변성과 염증의 결과로 결손 된 조직은 재생이 일어난다. 재생이란 결손 된 조직이 지닌 본래의 정상 구조와 기능으로 회복시키려는 일종의 복구 또는 수선 작업이다.

성장장애란 세포의 수적 증가를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재생에서도 세포수가 증가하나 그 목적은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는 데 있지만 성장장애에서는 세포수가 정상 이상으로 증가하는 비정상적인 상태이다. 성장장애에는 서로 다른 두 유형, 즉 증식(Hyperplasia)과 신생물(neoplasia) 또는 종양(Tumor)이 있다.

증식이란 지속적인 외부 자극에 따른 세포의 수적 증가 반응으로 자극이 없어지면 증식은 소실된다. 그러나 신생물은 세포 성장을 통제하는 기전으로부터 이탈한 세포가 계속 세포분열을 하도록 하는 유전적 변화를 말한다. 신생물은 양성과 악성으로 분류되는데 국소적일 때는 양성이라 하며 계속 자라면서 다른 곳으로 퍼지면 악성이라 한다. 암이란 이 악성신생물을 말한다.

기능적 질환

기능적 질환이란 형태학적인 이상 없이 시작되는 질병을 말한다. 그 기본 변화는 생리학적 또는 기능적 변화로써 이를 병리생리학적 변화라 한다. 기능적 질환이 계속되면 2차적인 기질적 변화가 온다. 

기질적 질환 또는 기능적 질환의 본질이 무엇이던간에 환자가 호소하는 다양한 증상들이 있다. 중요한 기능적 질환은 정신병, 신경증, 정신체성 장애 등으로 분류한다. 정신병에는 정신분열증, 조울정신병 등이 있고 불안 반응은 신경증이다. 가장 흔한 정신체성 장애에는 긴장성 두통, 기능성 대장증후군 등이 있다.

 

질병의 원인

질병은 내적 또는 외적 원인에 의한 조직의 손상으로 발생하는데 외적 원인으로는 물리적 요인, 화학적 요인 및 병원성 미생물이 있다. 물체에 의한 직접적인 물리적 손상을 외상이라 하며, 그밖의 물리적 요인으로는 열, 한랭, 전기, 대기 압력의 변화 및 방사선 등을 들 수 있다.  화학적 손상은 약물중독(사고, 자살 또는 타살을 목적으로)과 약물반응(질병치료를 위한 처방약 또는 매약의 부작용)으로 나눌 수 있다.

병원성 미생물에 의한 손상은 침범한 미생물의 종류(세균, 진균, 리케치아, 바이러스, 원충, 윤충)에 따라 분류하며 미생물에 의한 손상상태를 감염이라 한다.

질병의 내적 원인은 혈관성, 면역학적, 대사성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혈과성질환은 혈관의 폐쇄, 파열 또는 심부전증에서 보는 혈류 변화 등이며, 면역성 질환은 항원항체 반응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서 면역결핍 질환과 알레르기 반응이 포함된다. 대사성 질환은 유전학적 이상으로 생긴 1차적인 것과 생후에 얻은 2차적인 것이 있으며, 해당 물질에 따라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광물질, 비타민, 체액 등의 대사성 장애로 나눌 수 있다. 어떤 질환은 내적 또는 외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없는데 종양 같은 것이 이에 포함된다. 원인불명의 질환은 때때로 특발성 질환이라 부르기도 한다.